말랑말랑 창의생각 창의조직
작가
믹스
게재일
2023.06.08
예상 소요시간
10분
어느 날 회사에서 🌸꽃 이모지가 가득한 메일을 받았습니다. <말랑말랑 생각법>의 북콘서트 관련 업무 메일이었습니다. 일정에 대한 친절한 안내와 인사말들이 담겨있는 것을 보고, 책의 저자 한명수님의 메일임을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말랑말랑 생각법>은 인생을 위한 창의력에 관한 책입니다. 그러나 창의력에 대해 열렬한 찬사를 보내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왜 창의적인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묻고, ‘창의적으로 보이는 것’들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일상과 일터에서 창의력을 발휘하여 즐겁게 사는 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어떻게 하면 일도 즐겁게 할 수 있을까요? 혹시 위 메일을 보며 이런 걱정을 하진 않으셨나요? ‘상대방이 장난이라고 오해하면 어쩌지?’ 그래서 믹스 에디터가 직접 뵙고 여쭤봤습니다. 우아한형제들 CCO 한명수님의 Q&A 세션, 그리고 북콘서트 현장에서 공유된 생생한 인사이트까지. 한명수님의 표현을 빌려 ‘글맛을 살려서’ 적었으니 본문의 내용을 통해 꼭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번 강연은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더에스엠씨 사옥에서 내부 직원분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는데요.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해 고민하는, 즐겁게 일하고 싶은 창의 노동자분들이 모여 한명수님의 생각을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려운 것을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창의 노동자

‘얼마 전에 냄비 받침대를 만들었더니, 초대해 주셔서 강연을 하게 되었다’는 말에 모두의 웃음으로 북콘서트가 시작되었습니다. 한명수님은 우아한형제들(배달의 민족) CCO(Chief Creative Officer), 아무 관계가 없는 아저씨, 회사에서는 명수님, 창의 노동자를 섬기는 사람 등 다양한 표현으로 본인을 소개했습니다. 지금까지 몸담았던 회사들과 현재 직장에서 일하는 모습들을 공유하며, 말랑말랑하게 생각하는 새로움과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이런 의자는 누가 만들었을까요?
‘의자’라고 한다면 모두가 떠올릴 수 있는 전형적인 형태의 의자가 있습니다. 반면 아래 사진처럼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태어나는 의자도 있죠. 두 의자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한명수님은 흔한 의자와 창의적으로 보이는 의자의 차이를 프레임을 통해 설명했습니다. 흔한 의자는 ‘의자를 만들어라’라는 과제를 받으면 만들어지는 의자입니다. 의자라는 두 글자를 듣는 순간 ‘내가 알고 경험한 의자’라는 프레임 안에 들어가, 등받이와 4개의 다리가 달린 일반적인 형태의 의자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러나 ‘의자를 만들어라’라는 과제가 아닌 ‘앉는 것을 만들어라’라는 과제를 받으면 어떻게 될까요? ‘왜 앉지?’ ‘누구와 앉지?’ 등 다양한 의문이 생기고, 그것에 스스로 답하며 새로운 형태의 앉는 것을 떠올리게 됩니다. 한명수님은 의자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 것만으로도 프레임에서 나와 더 유연하고 말랑말랑한 생각을 떠올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창의성은 어디에 필요해요?
흔히 사람들은 예술에 창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한명수님은 창의성은 모든 분야에 필요하며, 오히려 예술은 기술로 가득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체육에도 창의성은 필요하다고 말하며 높이뛰기 종목을 예로 들었습니다. 높이뛰기가 스포츠로 인정받았을 때, 사람들은 모두 배가 바닥을 향하게 한 상태로 장애물을 뛰어넘었습니다.
높이뛰기 선수들은 100년간 이 자세를 유지했습니다, 1968년 딕 포스베리가 처음 뒤로 뛰기 전까지. 딕 포스베리는 배면뛰기를 처음 선보인 해에 올림픽에서 우승합니다. 그리고 경기 이후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한명수님은 위 인터뷰가 감명 깊었다 말하며, 창의성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물음과 오랜 관습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자연스러움을 찾아낸 거예요. 그전까지 100년간 사람들은 부자연스러움을 반복한 거예요. 오랫동안 해왔던 기술의 반복을 우리는 ‘으레’라고 해요. 세상에서 가장 편한 거예요. 어려운 말로 관습이라고도 해요. 몸에 밴 것, 어떤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 것이에요. 왜? 생각해 봤자 귀찮잖아요. 창의성은 왜 필요할까요? 어려운 질문이지만, 이 인터뷰를 보면 무언가 반짝 떠오르는 느낌이 들어요.”
자연스러움이란 어떤 걸까요?
한명수님은 겉과 속이 일치하지 않을 때, 부자연스럽고 불편해지는 것이 문화의 특성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설명에서 겉과 속의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겉 = 형식,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것, 스타일, 껍데기
속 = 내용,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철학, 이유, 스토리
형식이라는 껍데기를 벗기기 전까지 우리는 내용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내용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은 채 정형화된 형식을 되풀이하곤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내용은 잊히고 형식이 남습니다. 그런데 가끔 껍데기를 깨고 본질을 찾아내는 사람들이 우리를 놀라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명수님은 2018년 편의점 컵커피를 만들었을 때를 예로 들며 설명을 이어나갔습니다. 우리가 편의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컵커피의 이름은 대부분 명사입니다. 따라서 제품명을 ‘주문하신 카페라떼 나왔습니다’로 결정했을 때 이름을 명사로 지어야 한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이름을 명사로 만드는 것이 중요할까요? 고객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 중요할까요? 한명수님이 컵커피를 만들며 떠올렸던 의문입니다. 명사로 된 이름, 패키지 등은 오랜 시간 굳건해진 형식입니다. 반면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말을 건네는 것은 본질과 내용입니다. 따라서 패키지와 제품명에 내용을 그대로 녹였고, 다행히도 2억 잔 넘게 팔린 컵커피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내용과 형식을 일치시키는 것이 디자인이고 자연스러움을 만드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날 북콘서트에서는 위와 같은 내용과 더불어 나답게 일하는 방법과 창의적 조직문화에 대한 한명수님의 인사이트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강연을 들으며 실제 회사 생활에서 말랑말랑한 생각법을 적용하고자 하는 직원분들의 질문과 답변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Q&A 세션

Q1. 나이와 연차가 늘어날수록 새로운 것을 시도하거나, 말랑말랑해지기 어려운 것 같아요. 명수님은 어떻게 그러한 천진함을 유지하시는지가 궁금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재미가 없으면 일을 못해요. 제 자신의 연약함이에요. 재미가 없으면 작업물의 퀄리티가 안 나와요. 그런데 일이 재밌나요? 환경이 재밌나요? 그러기 쉽지 않죠, 그래서 재미있게 만들어야 해요.
천진함이라고 표현해 주셔서 부끄럽긴 한데, 저는 까불고 농담할 때가 가장 재밌어요. 제가 함께 일하는 대표, 부서장 후배들과 농담을 하고 싶어요. 그런데, 농담을 하려면 실력이 좋아야 해요. 실력도 좋지 않은데 농담하면 우스운 사람이 돼요. 농담을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을 빨리 만들어 내야 해요.
도전적인 것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아요. 그래서 여러 개를 빨리 만들어요. 낯선 것들이 통과가 되려면 여러 번 보면 되거든요. 여러 번 보면 익숙해져서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나요. 그럼 그걸 쓰는 거예요. 여러 번 보여주려면 친해져야 되잖아요. 그럼 나같이 내성적인 사람도 노력을 해야 돼요. “안녕하세요” 인사를 잘하면 사람들이 무서워하지 않아요. 그렇게 모든 게 재밌게 일하기 위해서 다 연결돼 있어요. 촘촘하게.

Q2. ‘정의 내리기’는 어렵지만 꼭 필요한 일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스토리텔링’과 같이 뜻이 다양하며 추상적인 말들은 어떻게 ‘정의 내리기’를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요?
저는 언제 이걸 깨달았냐면 어느 회의에서 대표님이 이러는 거예요. “고객 만족 차별화합시다” 그럼 사람들이 “네” 라고 대답하고, ‘고객 만족 차별화’라고 적어요. 그러면 회의가 끝나고 물어봐요. 고객 만족 차별화’가 뭐예요? 뭐가 떠올라요? 다 다른 얘기를 해요. 사람들이 “네” 라고 말하지만 서로 다른 걸 떠올릴 때, ‘정의 내리기’가 필요해요.
예를 들어서 제가 조직 문화를 잘 만들자고 해요. 조직 문화를 잘 만든다… 되게 좋은 말이잖아요. 그런데 ‘문화’라고 얘기하면 각자 떠올리는 게 달라요. 그럼 질문을 하며 ‘정의 내리기’를 시작하는 거예요. 만약 다섯 살짜리 조카가 너에게 “삼촌 ‘문화’가 뭐야?”라고 하면 뭐라고 대답할 것 같아?
다섯 살 아이도 알아들을 수 있게 하는 삼촌의 언어, 그게 ‘정의 내리기’와 같은 성질이에요. 그럼 삼촌이 이렇게 얘기하겠지. “너 집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뭐해? 손 닦지? 그거야.” “엄마가 있을 때는 씻고 없을 때는 안 씻고 그러지 않지? 그런 걸 문화라고 해.” 약간 이런 거죠. 어때요? 되게 너절하고 작죠. 그런데 이해는 너무 잘 돼.
Q3. 작가님과 메일로 소통할 때, 🌸꽃 이모지를 사용하시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기분이 무척 좋았지만, 저는 선뜻 따라서 사용하기가 쉽지 않았는데요. 메일을 받는 상대방이 나를 진지하지 않다고 오해하는 것에 대한 우려는 없으신지 궁금합니다.
메일을 보낼 때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가를 상상을 하는 거죠. 메일을 받는 분들이 콘텐츠 회사의 젊은 사람들이고, 나에 대해서 모르지는 않는 사람이다. 그래서 쓸 수 있어요. 상상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면 저도 두렵죠. 제가 이렇게 메일을 쓰면 그 사람이 무례하다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그럴 때는 꽃은 하나밖에 안 써요. 🌸
그래서 그걸 쓴다는 건 상대방을 내가 얼마큼 상상했느냐죠. 그게 틀릴 때도 있어요. 하지만 받는 입장을 거꾸로 생각해 보는 거예요. 이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메일을 받을까? 얼마나 많은 클라이언트를 만났을까? 딱딱한 이메일에 지쳤겠지. 쌓인 메일이 수두룩할 때 제목에 꽃 모양이 있으면 웃지 않을까?
그런데 사실 그 순간에 엄청난 감각의 저항들이 서려 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볼까? 이런 걱정이 들어요. 걱정하지 않으려면 평범한 것을 쓰면 돼요. ‘안녕하십니까, 다름이 아니라…’ 그러면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아요. 어떤 것도 생기지 않아요. 근데 저는 아까도 말했지만, 재미없으면 일이 안 돼요. 나를 위해서 하는 거예요. 나는 그게 재미있거든요.
Q4. 오늘도 세상에 새로운 것을 내놓기 위해 노력 중인 마케터분들과 창의 노동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창의 노동자분들이 이런 질문 많이 해요. 제일 중요한 게 뭐냐고. 제 경우에도 늘 당면한 문제가 ‘압도 당하지 않는 것’이에요. 우리는 늘 새롭고 위대한 작업물들을 보잖아요. 보면 사로잡혀요. 압도당하고.
‘트렌드를 따르지 않는 것’ ‘나를 지키는 것’ 혹은 ‘철학을 만드는 것’ 여러 표현이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거스르는 거예요. 새로운 것을 만들 때 사람들의 아이디어는 대부분 이미 보고, 듣고, 좋았던 것에서 출발해요. 그리고 사실은 그것을 따라 하는 거예요.
저도 그렇게 해서 시작을 했거든요. 근데 그렇게 하다 보면 남는 게 없어요. 남의 거를 따라 하면 결과는 나쁘지 않아요. 근사한 모양이 나와요. 근데 그걸 빨리 끊어버려야 돼요. 베끼는 것을 멈추면, 나밖에 안 남아요. 이때부터 이제 되게 심각해지죠. 부스러기 같은 것, 엉성한 것, 남을 따라 하려다가 실패한 것, 해보려다가 부끄러워서 안 한 것, 욕먹은 것, 이런 게 있어요 내 안에.
그런 것들을 하는 거예요. 그럼 실패해도, 어설퍼도 괜찮아요. 가장 말랑말랑하고, 부끄러움을 견딜 수 있는 때, 그때 자기 안에 있는 것을 꺼내봐야 돼요. 그러면 “나도 할 수 있는거다.”라고 생각하게 돼요. 그때부터 그 씨앗을 계속 만드는 거죠.

2023년 5월 18일, 한명수 CCO & The SMC 임직원 일동
북콘서트와 Q&A 세션을 통해 한명수님이 말하고자 하는 인생을 위한 창의력에 대해 더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해하는 것을 넘어, 일터와 일상에서 말랑말랑한 생각법을 적용하기 위해, 이 글을 끝까지 읽고 있는 MIX 독자분들을 상상하며 이모지로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written by, 믹스
믹스는 다양한 채널에 흩어진 마케팅 관련 인사이트를 모으고 엄선하여 소개합니다.
마케터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는 어디 있을까 언제나 탐색 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