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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는 ROI가 안나와서 먹지 않습니다”

작가
김경은
게재일
2023.05.04
예상 소요시간
7분

퍼포먼스 마케터의 ROI 사랑


저의 가까운 동료 중 한 명은 어느날 고구마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영양원으로서 고구마가 갖는 가치보다 손톱 사이에 쉽게 끼이곤 하는 고구마 껍질을 까는 수고로움이 더 크며 그 말인 즉슨 투입해야하는 비용보다 돌아오는 이득이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이에 대한 제 동의 여부는 덧붙이지 않겠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터답게 그의 요약 문장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ROI (Return on Investment) 가 나오는 일을 해야죠.”
절반은 매순간 ROI 를 살펴야하는 퍼포먼스 마케터로서의 숙명을 스스로 농담삼아, 또 나머지 절반은 실제로 그 직업윤리에 감화되어 말한 문장일 것입니다. 또는 반대일 수도 있겠습니다. 즉슨 직업 이전에도 애초에 그러한 가치관을 지니고 살아왔기 때문에 그 동료가 뛰어난 퍼포먼스 마케터였다는 생각도 들만큼 이 문장은 퍼포먼스 마케터가 어떤 직군인지를 잘 표현합니다. 그렇다보니 퍼포먼스 마케터로 직무를 시작한 저 역시 이 문장이 나오면 반박하기 어려워집니다. ROI (보다 실무적/구체적으로는 ROAS) 는 ‘퍼포먼스 마케터/마케팅’ 이라는 직군에서 반드시 지켜야하는 핵심 강령과도 같아서 ROI 가 높은 행위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불문율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실은 동료와 크게 다를 바 없어서 이젠 저와 다른 직업적 배경을 갖고 있는 친구들조차 먼저 짚어줄 정도긴 합니다: “그 행동은 너 식대로 말해서 ROI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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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의 먼 친척으로는 포도도 있습니다. 대신 포도는 씨를 통채로 삼키면 되어서 그나마 낫다고 합니다. ⓒ UnsplashMockup Graphics

“Return” on “Investment”


이 글에서는 ROI 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ROI 를 정의하는 구체적인 산식을 떼어놓고 개념만 놓고 보았을 때 ROI 가 중요하지 않은 직업인이 있을까요? Return 을 반드시 숫자로 정의하지 않을 뿐 들인 노력에 비해 더 큰 결과적 효용을 기대하는 것은 심지어 모든 노력하는 개인에게 해당할만큼 당연한 명제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를 늘 계량화하여 측정하는 퍼포먼스 마케터에게는 분명 이 단어에 각별한, 남다른 무언가가 있습니다. Return 과 Investment 의 계량화, 그리고 그것을 측정하는 접근법 또는 태도 자체가 직군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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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우리는 더 나은 판단을 위한 무게를 열심히 재고 있습니다.
한편 저는 다양한 직군 관련 뉴스레터를 받아보는데 얼추 훑기만 하더라도 (직접적으로 그 단어를 언급하지는 않으나) ROI 관점에 투철한 또 하나의 직업은 데이터 분석가인 것같습니다. 데이터 분석가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반 분석 작업을 수행하는 직군인데요. 데이터 분석가의 아티클을 훑다보면 데이터를 분석하는 환경을 최적화한다는 측면에서 반복적 업무의 자동화를 많이 언급합니다. 쿼리를 짜며 실험을 분석하는 데이터 분석가 개인의 업무 반복성 단위에서는 물론, 타 직군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라는 특성상 협업 과정에서는 (예를 들어 제가 감사한 마음으로 즐겁게 읽었던 아티클에는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메스프레소 사례) 필연적으로 수많은 비효율이 발생할텐데 이 모든 과정들을 최대한 자동화/효율화 시스템 내에 포함해두려는, 즉슨 Investment 를 최소화하는 시도들이 돋보입니다.
이와 비교했을 때 퍼포먼스 마케터의 ROI 는 마케팅을 통해 최소한의 광고비로도 최대의 측정 가능한 수익을 이끌어내야한다는 점에서 미묘하게 다릅니다. 수익을 최대화하는 방법으로는 전통적으로 미디어 플래닝, 타겟팅, 소재 등이 핵심 축으로 꼽혀왔습니다. 디지털, 특히 모바일 마케팅 환경이 대두한 이후로 수많은 마케터 및 기술 플레이어들이 고군분투한 결과 지금은 성과를 극대화하는 데에 어느 정도는 공식화된 best practice들과 솔루션들이 만연해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만, 여전히 퍼포먼스 마케터들은 목이 마릅니다. 공식화가 되는 순간 역설적으로 모든 기업이 동일한 전략을 활용한다는 의미이며 비즈니스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또 다시 차별화된 마케팅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하여 퍼포먼스 마케팅의 ROI 를 향한 여정, 더 정확하게는 계속되는 인적 자원의 Investment 는 끝이 없습니다.
이처럼 데이터 분석가의 ROI 와 퍼포먼스 마케터의 ROI 만 두고 비교해본다면 확실히 차이가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가의 ROI 는 (다만 저는 데이터 분석가로서 백그라운드가 전혀 없기 때문에 틀린 짐작이 섞여있을 수 있습니다) Investment 의 최소화에 보다 초점을 맞춥니다. 반면 퍼포먼스 마케터의 ROI 는 Return 의 극대화에 집중합니다. 이는 두 직군의 목표가 상이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전자는 임팩트를 만드는 액션을 도출하기 위한 first step에 가깝고, 후자는 액션을 실행하는 last step에 가깝습니다. 결국 어느 쪽이건 ROI 전체 값을 높이고자 함은 동일하나 이러한 차이에서 비롯하여 각 직군은 매일의 업무에서 서로 다른 기조로 업무를 하게 되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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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의 “Invest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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