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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팀장이 돌연 ‘FREE’를 선언한 이유

작가
최민선(도리몬)
게재일
2023.06.15
예상 소요시간
8분

나를 들끓게 만든 건 8할이 좌절감이었다.


야놀자, 여기어때, 망원동 티라미수, 콩카페를 거쳐 근무하다 보니 어느새 8년차 마케터가 되어있었다. 연차가 쌓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팀장 직급을 달게 되었고, 팀장이 된 이후에는 단순히 실무만 했던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책임감이 필요했다.
스타트업에서 팀장으로 살아남는다는 것은 나의 정신, 체력을 갈아 넣는 것과 다르지 않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어떻게든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회의와 야근은 기본값이다. 또한, 수많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조율하려면 때로는 사내 정치, 직장 내 텃세, 업무 대신하기 등 감당하기 힘든 일까지 동반되어야 한다. 그래도 이때까지만 해도 버틸 자양분이 있었다. 그저 마케터의, 기획자의 숙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도 용납 못할 단 한 가지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좌절감’ 이다.
스타트업의 마케팅을 책임지는 팀장은 실무는 물론이고 마케팅 전략 기획, 목표 수립, 액션 플랜 구축 등 마케팅과 관련한 모든 것에 관여한다. 이 과정에서 마케터의 과거 경험, 감, 센스, 촉 등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까지 동반되어야 더욱 뾰족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나의 의사 결정권자는 대부분 4~50대 남성들이었다. 현실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마케팅을 하기 위해서는 그들부터 이해시켜야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트렌드, 힙(HIP), 밈(Meme) 등은 그저 장난에 불과했다.
몇 날 며칠 밤을 새워 기획안, 제안서, 전략 보고서 등을 기획해서 제출했지만 언제나 돌아오는 건 “NO” 와 같은 부정적 피드백뿐이었다. 피드백의 절차, 의사 결정의 기준은 명확하지 않았고 그저 ‘돈이 안되는 일’ 이라는 말뿐이었다. 물론 기업은 수익 창출이 가장 큰 목적이다. 하지만 요즘 비즈니스는 돈 안되는 일도 해야 고객의 지갑을 열 수 있다는 것을 그들에게 이해시킬 여유가 사라졌다. 1년 남짓 한 시간 동안 포토샵 레이어가 쌓이듯 내 마음속에도 좌절감이라는 레이어가 쌓이고 있었다. 어느새 나는 그저 그들이 시키는 일만 묵묵히 수행하는 껍데기가 되고 말았다.

나는 마케터인데 왜 정작 나를 마케팅하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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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이 좌절감을 술로 푸는 날이 많았다. 비교적 시간과 돈이 적게 들기 때문에 순간적인 쾌락에 의존했던 것이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고 나니 몸과 마음은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알코올 의존증에 가까웠다.)
그러다 문득 “아 뭔가 잘못 돼가고 있다.”라는 생각이 압도했다. 회사는 나를 책임져주지 않는데 왜 나는 몸이 망가지고 마음이 다칠 때까지 회사를 위해 헌신해야 할까?
억울하고 서운한 마음이 드는 찰나에 “띵똥” 퇴근 전 예약을 걸어둔 인스타그램 게시글이 업로드되었다는 알람이 울렸다. 이 시간에도 브랜드 오피셜 계정에는 콘텐츠가 올라가는데 내 개인 계정은 2년 전에 멈춰있었다. 그때 이런 생각을 처음 하게 된 것 같다.
나는 왜 회사 배만 불려주고, 정작 나를 마케팅하지 못할까?” ”나라는 상품은 마케팅할 수 없을까?”
더 이상 좌절감이라는 핑계로 술에 의존하고 싶지 않았다. 보다 생산적으로 해소하고 싶었다. 알딸딸한 상태에서 무작정 인스타그램 계정을 생성하였고 그것이 바로 지금의 도리몬(@chii_bbo)의 탄생이 된 것이다.

게시물 5개 만에 알고리즘의 간택을 받다

사실 호기롭게 계정을 만들었지만 처음에는 갈피를 잡지 못했다. 브랜드 계정을 운영하는 것 외 퍼스널 브랜딩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몇 만 명의 팔로워를 관리하던 브랜드 마케터 아니겠는가! 브랜드 계정을 관리했을 때처럼 내가 브랜드라고 생각하고 시작해 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타깃, 메시지, 컨셉을 차례대로 고민하고 방향성을 잡아나갔다.
타깃 → 누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바라는가?
메시지 → 어떤 메시지를 전할 것인가?
컨셉 → 어떤 톤앤매너로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가?
1️⃣
타깃
내가 처음에 생각한 타깃은 자영업자, 소상공인이었다. F&B 그리고 스타트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 수익화까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이내 곧 접었다. 회사에서의 좌절감이 이어질 것 같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공감을 살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흉내 내는 것 말고 진짜 내 이야기… 그래! 바로 스타트업 마케터가 제격이었다. 인터넷 글만 찾아봐도 사수 없이 힘들게 일하는 마케터가 수도 없이 많다. 그들을 위해 랜선 사수가 되어주고 싶었다.
2️⃣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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