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 하기 전까지는?
작가
김경은
게재일
2023.03.09
예상 소요시간
10분
쉐도우 복싱의 시작
오랜만에 직접 고객사의 캠페인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마케팅 캠페인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업무 범위 중 운영, 즉슨 매체를 바잉/오퍼레이팅하는 역할을 직접 도맡게 된 것은 실로 오랜만의 일입니다. 이전 회사에서는 (조직 내부 매니징을 제외하고는) 근 몇년간 캠페인의 전략 설계와 리빌딩, 운영 단계에서는 큼직한 과제들을 정의하고 해결하는 데 대부분의 리소스를 투입했습니다. 그러다 오랜만에, 떼어낸 부분부분이 아닌 캠페인의 모든 것을 제 스스로가 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언제나 캠페인을 온전히 도맡는다는 것은 조금은 설레고 대부분은 막중한 책임으로 와닿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특히 새벽네시에서 연결되는 고객사 분들이 어떤 마음으로 저희에게 목표와 다짐을 나누시는지 알기에 저는 이 부담감을 귀중한 성과의 재료로 쓰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캠페인 토글을 밀어서 키고, 노출수가 잡히는 시점부터 캠페인을 모니터링합니다. 저는 종종 다른 일을 하다가 불현듯 대시보드 화면으로 돌아옵니다. 화면을 새로고침하면 노출수가 미미하게 업데이트되어있습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입니다. 노출은 금세 늘어나고, 성과는 순식간에 결정됩니다. (저희의 추론으로는 아마도요.) 머신러닝이라는 이름의 냉정한 판결… 저는 순식간에 내려질 판결을 미리 상상하며 저만의 쉐도우 복싱을 시작합니다. CTR이 문제라면 이렇게, CVR이 문제라면 이렇게, CPM이 문제라면 이렇게 해보리라. 여차하면 캠페인을 복사하고 머신러닝을 초기화하는 무시무시한 조치도 망설이지 않으리라. 그 마음으로 또 의연하게 화면을 새로고침합니다.
쉐도우 복싱 이야기를 했으니 특히나 적절할 마이크 타이슨 선수를 인용해봅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가지고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Unsplash의 Adi Goldstein
물을 떠다놓고 기도하기 vs. 손은 눈보다 빠르다
몇 번의 새로고침이 쌓이고 나면 최악의 시뮬레이션이 곧 불길한 현실이 될 것만 같은 (이상하게 정확한) 예감이 들기 시작합니다. 하루 이틀이 지나가고 나면 곧 그 현실은 도래해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마침내 쉐도우 복싱에서 가다듬던 액션들이 빛을 발할 때입니다. 하지만 그 액션의 타이밍이라는 게 왜인지 상상에서만큼 명확하지가 않군요. 구체적인 상황을 들고 와보겠습니다.
소진액이 점점 쌓이고, ROAS 는 첫 반나절동안 100% 내외를 오가며 통 힘을 못 쓰는가 싶더니, 또 떨리는 마음으로 새로고침을 해보면 200% 선을 뚫고 나아갑니다. 그렇게 300% 까지도 갈 것 같던 ROAS 는 더 많은 광고비를 사용해버리고 나서는 새로운 전환수가 쌓이지 않아 다시 100% 중반대로 가라앉습니다. 100%가 되는 이 시점에 우리는 단호한 조치를 결심해야할까요? 라이브를 하고 지난 시간은 곧장 12시간 남짓인데요? 또는 메타가 권장하는 것처럼 저는 머신이 라이브된 캠페인에 대해 학습하면 자연히 골칫거리가 사라질 것이라 생각하며 기다려야 할까요?
실제로 단호한 조치를 결심한 날의 아침에는 목표치에 근접할 것마냥 KPI의 효율이 전날의 3배로 올라있기도 합니다. 아예 새로이 캠페인을 라이브했으니 하루 이틀은 불가피한 머신러닝의 시간이었던 것이고, ‘실제’ 캠페인의 성과는 또 다를 것이라는 합리적인 근거가 마련된 셈이죠. 그런데 그 다음 날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성과가 100% 대로 회복해있습니다. 그럼 이제는 정말로 액션을 취해야 합니다. 그런데 전체 성과뿐만 아니라 개별 캠페인의 성과도 마찬가지인지라, 즉슨 시간대는 물론, 일자별 등락이 크기 때문에 “정말로” 액션을 취해야할 시점과 액션의 단위, 그리고 강도를 결정하는 건 (과장하자면) 무작위한 행동처럼 느껴져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A 라는 상황이 발견되면 B 라는 조치를 취한다 - 라는 인과를 좀처럼 명료하게 발견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지요. 이럴 때 우리는 자신 안의 두 가지 유형의 퍼포먼스 마케터를 마주하게 됩니다.
물을 떠다놓고 기도하는 마음. ⓒUnsplash의 Amanda Yum
한 유형의 퍼포먼스 마케터는 물을 떠다놓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캠페인을 바라보는 자입니다. 그 자의 마음은 만능의 단어인 머신러닝을 고이 떠다둔 물에 소환하면 문제가 해결되리라 믿게 되는 상태입니다.
또 다른 유형의 퍼포먼스 마케터는 손이 눈보다 빠른 자입니다. 판단을 유보하는 불안감 또는 보다 정확한 판단을 위한 시간 투입보다는 차라리 짜둔 계획을 일단 실행해보는 것입니다.
제 3의 해답은?
둘 모두 완벽한 정답도 오답도 아닐 테지만, 그래도 둘 모두에 공통적으로 빠져있는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데이터 분석입니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액션이 곧 성과를 낳는 구조이자 동시에 적절히 성과를 판단하고 액션을 결정하는 분야입니다. 이 성과는 곧 데이터이구요. 앞서 제가 언급한 예시에서 어떻게 데이터 분석이 적절한 액션 시기와 종류를 판단하는 데 해답이 되냐구요? 최근에 새벽네시 내부에서 아주 재밌는 시도가 있었던지라 이를 소개드리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 시도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해당 캠페인이 앱 캠페인 중에서도 iOS 가 중심이 되는 캠페인이므로, SKAN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군요. 데이터 분석 없이 떠다놓은 물에 기도만 하거나, 우선은 손을 뻗고 보는 두 유형의 퍼포먼스 마케팅을 더 극단적으로 가속화한 것이 바로 이 SKAN 이기도 했지요. 제가 소개드릴 사례를 설명할 수 있는 수준으로만 SKAN의 핵심을 (거칠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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