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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아이디어 기획법, 하이컨셉

할리우드의 아이디어 기획법, 하이컨셉

작가
김우정
게재일
2024.04.11
예상 소요시간
5분

written by, 김우정
글쓰는 기획자. 어린 시절부터 영화에 관심이 많았다.
휴리스틱 기반의 스토리텔링을 하면서 OTT 미디어랩 수석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Current. 벡터그룹 한국지사 수석 컨설턴트
Former.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

📌
Index
1) 스물다섯 개 이하의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아이디어
2) 영화에서 배우는 기획자의 생각법
3) 1,200억 원의 투자로 이어진 하이컨셉
4) 하이컨셉을 연습하는 가장 좋은 방법

물다섯 개 이하의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아이디어


하이컨셉(High Concept)이란 할리우드 영화산업에서 주로 사용되는 영화기획 방법론이다. 간단히 말해, 한 문장 또는 짧은 문구로 영화의 핵심 아이디어를 압축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말한다. 잘 만들어진 하이컨셉은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뿐 아니라 수천 만 달러의 투자를 이끌어 낸다.
1975년 개봉한 ‘죠스' 세계 최초의 블록버스터 영화다.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의 죠스는 미국 최초로 1억 달러 이상의 흥행수입을 올린다. 이후 블록버스터는 북미 지역에서 연 1억 달러 이상, 세계적으로는 4억 달러 이상의 매표 매출을 올린 영화를 지칭하는 대명사가 된다. 죠스의 하이컨셉은 무엇일까?
평화롭던 해변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거대한 백상아리 이야기.
스필버그 감독은 “스물 다섯 개 이하의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 아이디어는 꽤 괜찮은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기획한 영화 ‘쥬라기 공원(1993)'의 하이컨셉은 ‘공룡이 다시 살아나 테마파크로 들어간다면?’이었다. 아래는 그가 제작한 또 다른 블록버스터 영화의 하이컨셉이다. 제목은 무엇일까?
For the Boy, ROBOT (소년들에게는 로봇을)
For Young Men, CAR (청년들에게는 자동차를)
For Adults, BEAUTY (성인들에게는 미녀를)
정답은 ‘트랜스포머(2007)'다.
기획자는 생각이 높은 사람이다. 일반인과 다른 생각을 하고, 전혀 다른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사람이다. 기획자의 생각은 글과 말로 기록된다. 글은 ‘기획서’라는 형태로 정리되고, 다시 말과 결합되어 ‘프레젠테이션’으로 완성된다. 좋은 기획서는 명료해야 한다. 짧은 단어 몇 개로 순식간에 고객의 마음을 설득할 수 있는 힘이 하이컨셉이다.

영화에서 배우는 기획자의 생각법


하이컨셉은 간결하고 설득력 있는 피치로 쉽게 요약하고 이해할 수 있는 영화의 아이디어다. 단 몇 마디 말로 전달되어 단숨에 청중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이 하이컨셉이다. 이런 생각법은 영화뿐만이 아니라 짧은 시간에 광고주를 설득해야 하는 기획, PR, 브랜딩, 마케팅 등의 영역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훌륭한 하이컨셉은 크게 5개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명확성이다. 개념은 이해하기 쉽고 간결해서 관심을 잡아야 한다.
둘째, 독창성이다. 새롭거나 예상치 못한 것으로 눈에 띄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시장성이다. 상업적으로 실행 가능한 잠재력이 있어야 한다.
넷째, 시각적 매력이다. 훌륭한 생각은 매력적 이미지로 변환되어 기억에 남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보편적 매력이다. 아이디어는 폭넓은 관객의 공감을 일으키는 세계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기획되어야 한다.
영화 ‘인셉션(2010)'의 하이컨셉은 ‘비밀을 훔치기 위해 사람의 꿈으로 들어가는 도둑의 이야기’다. 영화 ‘매트릭스(1999)'는 ‘세상이 시뮬레이션 되어 있음을 발견한 해커의 이야기’고, 블록버스터라는 용어를 정착시킨 조지 루카스 감독의 ‘스타워즈(1977)’의 하이컨셉은 ‘미국의 신화가 된 우주를 구하는 기사의 이야기'였다.

1,200억 원의 투자로 이어진 하이컨셉


아래는 영화 ‘맨인블랙(1997)’의 줄거리다. 짧게 설명해도 100개의 단어다. 당시 영화의 각본/각색/원안을 담당한 ‘에드워드 제임스 솔로몬(Edward James Solomon)’은 고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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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경찰 에드워드는 용의자를 추적 중 그가 건물을 기어오르고 허공을 떠오르는 등의 장면을 목격한다. 용의자는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 주장하며 투신 자살을 하고 에드워드는 검은 양복을 입은 MIB요원 캐이를 만난다. 캐이는 에드워드의 탁월한 능력을 알아차리고 그를 비밀 요원으로 발탁한다. MIB는 지구인의 모습으로 살고 있는 외계인들을 감시하고 외계인의 정체를 보호하며 혹시라도 일반인이 그들이 외계인임을 알아차리면 기억 말소 장치를 이용해 외계인들을 보호한다. 그러나 사악한 바퀴벌레 외계인 에드가가 지구에 침투해 오면서 이민외계인들은 불안해 하는 등 동요하기 시작한다. 이 때 지구를 방문한 외교 사절이 암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은하계가 전면전에 돌입하자 지구는 멸망의 위기에 처한다. 지구를 지키고 우주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에드워드와 케이는 에드가와의 결전을 준비하는데..
작품은 동명의 마블코믹스 만화가 원작이었다. 만화를 본 사람에게는 설명이 쉽지만, 영화 투자자들에게는 더 짧고 강력한 컨셉이 필요했다. 그는 먼저 영화의 태그라인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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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tecting the Earth from the scum of the universe. (우주의 쓰레기들로부터 지구를 지킨다) More secretive than the C.I.A. (C.I.A.보다 더 은밀하고) More powerful than the F.B.I. (F.B.I.보다 더 강력한 기관이) And they're looking for a few good men. (소수 정예를 찾는다) They are the Men in Black. (그들은 맨 인 블랙이다)
태그라인은 간단했지만, 여전히 길고 어려웠다. 보다 강력하고 간결한 설명이 필요했다. 어려운 개념을 설명하기 힘들 때 ‘메타포(metaphor, 隱喩, 은유)’를 사용하면 마법 같은 설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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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Alien meets Ghostbusters (‘에이리언’이 ‘고스트버스터즈’를 만났을 때)
단 4개의 단어로 맨인블랙의 하이컨셉이 탄생했다. 에이리언은 1979년 제작된 명작 SF였고, 고스터버스터즈는 1984년 개봉한 유명한 SF 코미디였다. 가장 성공한 두 편의 SF 영화를 결합, 복잡한 맨인블랙의 개념을 단숨에 설명한 것이다. 맨인블랙은 9,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5억8천9백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올렸다.

하이컨셉을 연습하는 가장 좋은 방법


훌륭한 기획은 습관으로 완성된다.
듀크대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 행동의 40퍼센트는 의사결정이 아닌 습관의 결과다. 습관은 무의식의 영역이다. 습관은 후천적으로 습득된다. 습관은 제거되는 것이 아니라 대체되는 것이다. 한 번에 하나씩 집중적으로 습관을 바꾸는 습관을 키워야 한다. 하이컨셉은 결국 좋은 습관으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성형외과 의사였던 맥스웰 몰츠는 외모의 교정보다 왜곡된 내면의 자아 이미지를 바꾸는 마음의 성형 수술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무엇이든 21일간 계속하면 습관이 된다고 주장했다. 런던대학교 제인 워들 교수 역시 반복적인 행동은 평균 66일이 지나면 무의식의 영역에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된다고 주장했다.
하이컨셉을 도출하는 역량은 훈련을 통해 만들 수 있다. 가장 쉬운 훈련법은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그 영화의 컨셉을 25개 이하의 단어로 정리해보는 것이다. 단, 이 훈련을 빠르게 완성시키기 위해선 순서가 있다. 영화를 보고 10초 안에 떠오른 문장을 우선 적고, 다시 10분 안에 하이컨셉의 5가지 원칙에 맞추어 수정하는 것이다.
한 지붕 세 가족의 비극
위의 문장은 어떤 영화의 하이 컨셉일까? 맞다, ‘기생충’이다. 그럼 한국 영화의 흥행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의 하이 컨셉은 무엇일까? 마동석의 범죄 액션 코미디? 너무 평범하고, 단순한 장르 나열이다. 깡패보다 무섭지만, 팬더처럼 귀여운 형사의 이야기? 이런 영화는 의외로 많다.
총보다 강한 주먹을 쓰는 ‘더티해리’ 시리즈
더티해리는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을 맡은 1970년대 서부극 시리즈다. 흔히 'S&W M29 리볼버를 난사하는 마초 액션물'로 오해하지만 사실 통쾌하고 호쾌함 속에 사회적 문제를 꼬집는 서스펜스 영화에 더 가깝다. 하지만 이 문장만으로 코로나와 극장 비수기를 가볍게 무시하고 흥행에 성공한 범죄도시 시리즈의 본질을 설명할 수는 없다.
범죄도시를 4글자로 표현하면 ‘단짠단짠'이다. 달콤한 코미디와 잔인한 액션이 뒤섞여 관객의 심리를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흔드는 영화. 음식으로 치면 ‘마늘빵'이나 ‘교촌치킨'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달면서 짭짤한 음식을 원하는 손님처럼, 범죄도시는 웃기면서 잔인한 영화를 찾던 관객들에게 최고의 맛집으로 자리잡았다.
기획은 습관으로 완성된다. 지금 당장 최근에 본 영화의 하이컨셉을 떠올리고 정리해보자. 그렇게 100번 정도 꾸준하게 반복적으로 훈련하면 어느 순간 높은 수준의 컨셉을 만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좋은 습관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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