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우시’의 위기…세계 1위 나이키가 휘청이는 이유세계 최대 스포츠용품 업체 나이키가 흔들리고 있다. 나이키는 지난 최근 2025 회계연도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후 주가는 장외 거래에서 10% 넘게 급등했지만,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예상보다 덜 나쁜 실적’에 대한 안도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겉보기엔 낙관적인 흐름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은 위기 징후로 가득 차 있다. 이번 분기 나이키는 111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애널리스트들이 예측한 107억 달러보다는 소폭 웃돌았지만, 전년 대비로는 12% 감소한 수치다. 더 심각한 것은 수익성이다. 순이익은 2억 1,1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44%나 하락했다. 특히 주력 브랜드인 나이키 자체 매출은 108억 달러로 11% 감소했고, ‘직접 소비자 판매(DTC)’의 핵심인 디지털 매출은 무려 26%나 줄었다. 반면 직영 매장은 2% 증가했지만, 전체 실적을 지탱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컨버스까지 26%나 줄었다. 연간 기준으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2025 회계연도(2024년 6월~2025년 5월) 전체 매출은 463억 달러로 전년 대비 10% 감소했다. 순이익은 32억 달러로 44% 급감했고, 주당순이익은 2.16달러로 전년 대비 42%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를 제외하면 10여 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다. ‘희소성’의 붕괴와 브랜드 파워의 침식‘조던’, ‘덩크’, ‘에어포스 1’ 등 나이키의 전통적인 스니커즈 라인은 한때 시장을 휘어잡았지만, 현재는 과잉 공급과 브랜드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로 중고거래 플랫폼 스톡엑스나 GOAT 등에서는 이들 제품이 큰 폭의 할인율이 적용되어 판매되고 있으며, 미국 내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에서도 나이키 브랜드 제품에 대한 지출이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단순한 재고 조절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 가치의 약화와 제품 혁신의 정체라는 근본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불확실성을 더하는 것은 지정학적 리스크다. 미국이 중국 등 주요 교역국에 부과한 관세로 인해 나이키는 2026년까지 최대 10억 달러 규모의 추가 비용 부담을 안게 됐다. 현재 전체 공급망의 16%가 중국에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나이키는 2026년까지 이를 ‘한 자릿수 후반’ 수준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이는 장기적으론 체질 개선과 리스크 분산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비용과 공급 효율의 이중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브랜드 정체성의 혼란, 제품 혁신의 정체, 과잉 공급이 맞물려 수요 자체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몇 년 간 나이키는 무리한 자체 유통망 강화 전략, 디지털 전환 시도, 인플루언서 협업 등 다양한 전략을 내놓았지만, 전통적인 브랜드 충성도나 구매 전환율을 되살리지는 못했다. 특히 온러닝을 비롯한, 호카, 스케쳐스, 아식스 등의 괄목할 만한 성장에 전통적 라이벌인 아디다스가 반전하기 시작하며 상대적으로 ‘새로운 것’이 드물었던 ‘나이키’는 슈즈 시장에서 자리를 잃어가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시장에서의 불확실성도 문제점이다. 중국은 한때 나이키의 가장 유망한 성장 시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 소비자들의 반미 정서, 현지 브랜드 선호, 경기 침체 등의 복합적 요인으로 나이키의 중국 내 실적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회사의 실적에서도 중국 매출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고, 북미와 유럽, 중남미 등지에서만 소폭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는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확장성이 제한되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젊은 세대를 겨냥해 킴 카다시안의 ‘스킴스(SKIMS)’와의 협업을 예고했지만, 당초 이번 분기로 예정됐던 신제품 출시는 연말로 연기됐다. 협업은 단순한 마케팅 전략을 넘어 브랜드를 리프레시하고 신규 고객을 유입할 중요한 계기였던 만큼, 이번 연기는 시장의 실망감을 키웠다. ‘Win Now’ 전략과 공급망 재편엘리엇 힐 CEO는 실적 발표 자리에서 “재무성과는 기대에 부합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비즈니스는 ‘Win Now’ 전략을 통해 회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Win Now’는 과잉 재고 조절, 도매 파트너사와의 관계 회복, 가격 전략 조정 등을 통해 단기적 성과를 추구하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관세 회피 및 공급망 효율화를 위해 중국 이외 지역으로 생산거점을 다변화하고 있다. 향후 동남아시아나 남미 국가들로의 확장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키는 여전히 세계 최고의 스포츠 브랜드 중 하나이지만, 지금은 ‘과거의 영광’이 아닌 ‘미래의 해답’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다. 브랜드의 가치와 소비자와의 연결고리를 회복할 수 있을지, 향후 1~2년은 나이키의 생존과 재도약을 가늠할 분기점이 될 것이다. 즉 나이키에게는 Win Now 전략과 맞물려 제품 재정비, 클래식 라인의 과잉 재고 정리 및 신제품 라인업 강화, 도매 채널의 회복에 희소성과 혁신 이미지를 되살릴 신규 마케팅이 필요한 시점이 도래한 셈이다. 나이키는 ‘혼란스러운 분기’라 표현했지만, 진짜 혼란은 이미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나이키가 다음 시즌, 다시 달릴 준비를 마칠 수 있을지 전 세계 시장이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