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포스트
어제새로움은 익숙함을 이길 수 있을까익숙함과 새로움이 공존할 때, 브랜드는 기억된다 우리는 늘 새롭고 반짝이는 것들에 끌린다. 거리를 걷다 새로 문을 연 가게를 보면 한 번쯤 들어가 보고 싶고,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브랜드에서 ‘NEW’라는 단어가 뜨면 어떤 제품이 나왔는지 궁금해 클릭하게 된다. 새로움은 짧은 몰입의 즐거움을 주고, 때로는 낯선 설렘과 예기치 않은 흥분을 자아낸다. 하지만 동시에, 그 새로움이 오래된 익숙함을 완전히 넘어서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최근 한 헤어 플랫폼 브랜드 강연에서 “공간은 편안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 참석자가 들려준 제주도의 유명 버거집 사례가 인상적이었다. 그곳은 크지 않았지만 단골들에게는 편안하고 따뜻한 공간이었다. 그러나 인기가 높아지며 더 넓고 세련된 장소로 이전했을 때, 사람들은 이전 공간의 익숙한 온기를 그리워했다. 결국 그 브랜드는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이 사례는 “새로움은 익숙함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람의 기억과 감정은 공간의 분위기, 냄새, 조명, 가구나 오브제 등 같은 익숙한 경험의 축적 속에서 형성된다. 그것이 무너지면 아무리 세련된 새로움이라도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그렇다고 모든 공간이 익숙하고 편안하기만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사람의 인지 구조와 시대의 흐름을 함께 고려한 익숙함과 새로움의 균형 잡힌 공간 설계가 결국 브랜드를 오래 살아남게 한다. 익숙함이 주는 안정감, 인지적 편안함사람의 뇌는 익숙한 것을 ‘안전하다’고 판단한다. 낯선 환경보다 익숙한 공간에서 더 빠르게 반응하고 덜 피로하다. 이를 인지적 편안함(Cognitive Ease)이라 부른다. 브랜드와 공간에서도 마찬가지다. 고객이 매번 같은 위치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같은 향을 맡고, 같은 조명 톤을 느낄 때 무의식적으로 신뢰가 형성된다. 스타벅스의 공간이 전 세계 어디서나 ‘편안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익숙함이 반복될 때 브랜드를 기억하고 머문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익숙한 정보는 더 진실하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사람의 뇌는 이해하기 쉬운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이때 긴장이 낮아지고 신뢰가 쌓인다. 즉, 브랜드가 시각 감각적으로 일관성을 유지할수록 고객은 그 브랜드를 ‘안정적’이라고 인식한다. 익숙함은 곧 신뢰의 언어다. 새로움이 주는 긴장감, 주목의 전환그러나 익숙함만으로는 사람의 감각을 오래 붙잡기 어렵다. 모든 것이 익숙해지면 감각은 둔해지고, 마음은 다른 자극을 찾아 나선다. 그때 등장하는 것이 새로움이다. 백화점의 쇼윈도가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이유, 브랜드가 시즌마다 새로운 색과 향으로 인사를 건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늘 새로움을 원하지만 동시에 익숙한 감정 속에서 안정을 느낀다. 그래서 브랜드는 낯선 변화를 주되, 그 안에 익숙한 온기를 남긴다. ‘새로움’이란 낯설기보다는 ‘변주의 미학’이다. ‘익숙함’이라는 바탕이 있을 때, 그 위의 새로움은 오히려 더 반짝인다. 익숙함과 새로움의 균형, 브랜드 경험의 리듬익숙함이 안정감을 주고, 새로움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두 감정이 번갈아 흐르며 우리의 감각 리듬을 만든다. 너무 편안하면 멈추고, 너무 낯설면 돌아온다. 이 진자운동 속에서 사람은 ‘머무를 이유’와 ‘떠날 이유’를 동시에 경험한다. 공간에서도 이 리듬은 그대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이케아(IKEA)는 매장 구조와 동선은 거의 동일하지만 시즌마다 일부 공간을 새롭게 연출한다. 고객은 늘 같은 길을 따라 걸으면서도 매번 다른 감각을 경험한다. 이케아의 ‘익숙한 새로움’은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감각의 변주를 주는 대표적 전략이다. 브랜드 공간에 작동하는 익숙함의 심리브랜드의 아이덴티티는 단지 눈으로 보이는 시각 요소만이 아니다. 로고, 컬러, 그래픽과 같은 시각적 언어뿐 아니라, 공간에 들어섰을 때 느껴지는 향(Scent), 조명의 온도, 음악의 리듬까지 모두 포함된다. 이 감각의 일관성이 반복될 때 고객의 기억 속에 브랜드가 자리 잡는다. 그 일관성이 바로 익숙함을 만든다. 익숙함은 고객에게 “이 브랜드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신뢰감을 준다. 그러나 브랜드가 익숙함만을 고집한다면 고객의 감각은 금세 둔화된다. 그래서 브랜드는 시즌별 혹은 프로모션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덧입힌다. 기존의 시그니처를 유지하면서도 향의 농도나 조명 톤, 음악의 템포를 미묘하게 바꾸는 것이다. 이 작은 차이가 고객에게 ‘익숙함 속의 새로움’을 느끼게 한다. 익숙함이 만들어낸 신뢰 위에 새로운 감각이 더해질 때, 브랜드 공간은 비로소 완성된다. 그렇게 익숙함은 기억을 만들고, 새로움은 그 기억에 생명력을 더한다. 두 감각이 만나 완성된 순간, 브랜드는 자신만의 리듬을 갖게 된다. 지루함과 혼란 사이의 균형디자인이란 결국 ‘지루함과 혼란 사이의 균형’을 잡는 일이다. 공간이 너무 익숙하면 지루해지고, 너무 새로우면 불안해진다. 따라서 훌륭한 공간은 익숙한 틀 속에서 새로움을 반복적으로 발견하게 하는 구조를 가진다. 공간 디자이너가 이 균형을 구현하려면 시각적·감각적 리듬을 의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조명의 밝기, 컬러 톤, 향의 강도, 음악의 템포는 익숙한 수준을 유지하되, 계절이나 이벤트 시점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져야 한다. 이러한 ‘감각의 일관성과 경험의 변주’가 함께 작동할 때 브랜드는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느껴진다.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Csikszentmihalyi)는 몰입(flow)을 ‘숙련과 도전의 균형’이라 정의했다. 이 개념은 브랜드 경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고객이 충분히 익숙해 불안하지 않으면서도, 살짝의 새로움이 주어질 때 브랜드에 몰입한다. 이 몰입이 반복될 때 단골이 생기고, 공간은 브랜드의 언어가 된다. 새로움은 익숙함을 이기지 못한다. 그러나 익숙함 속에서 피어날 때 새로움은 가장 강력해진다. 공간은 그 리듬을 설계하는 무대이며, 브랜드는 그 위에서 감각의 자신을 표현한다. 익숙함은 기억을 만들고, 새로움은 관심을 만든다. 그리고 그 두 감정이 공존할 때, 브랜드는 비로소 오래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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